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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the Bird/나레이션 | 2005/06/06 19:15


"..오늘만 안가면 안돼?"

그녀석이 마지막으로 했던말이다.

난 그때 너무나 당연하게 대답했다
"안돼.지각이란말야."

그녀석은 처음으로 정말로 슬픈표정을 지었다.
난 더 기분이 찜찜해서 얼른 빗자루를 타고 학교로 가버렸다.

그리고 방과후 돌아왔을때.
미루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어디갔을까.
그 좋아하는 무지개사탕도 두고.

산책이라도 하러간걸까 싶어서 대수롭게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시간 두시간 시간이 흘러서
오렌지 빛 석양이 방을 한가득 메우고,
이내 푸르스름한 밤이 찾아와
녀석이 좋아하던 무지개 사탕이 담긴 유리병에 달빛이 맺히기 시작할 즈음이 되자
마음이 급해져 안절부절해지기 시작했다.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뜨고 부엉이가 울기 시작했을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녀석. 집을 나간건가?
고양이주제에 길을 잃은거야? 설마?

하긴.
나로서도 저녀석에게 고양이의 능력이 남아있는지는 알수가없다.

마녀라면 반드시 말하는 검은고양이를 한마리씩 키운다.
미루는 그런 검은고양이였다.
하지만 내가 덤벙대다가 학교에서 실습한 약이 담긴 병을 아무데나 두고 나가버려서
미루는 실수로 마녀의 고양이라면 가장 피해야할 그것을 마셔버린것이다.

달빛.
달빛을 두스푼이나 넣었기때문에
그녀석이 그걸 마신걸 알았을때는 앞이 캄캄해졌었다.
고양이들에겐 독극물이라고도 불리우기때문에
교과서엔 반드시 고양이가 있는곳에 두지말라고 명시되어있기도 한 이슬이었기 때문이다.

다행이 미루는 죽진않았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더니 사람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귀와 꼬리만이 우습게 남아
그녀석이 고양이란 것을 증명해주는 듯 했다.

덕분에 이녀석과 나는 꼬이기 시작했다.

여행의 동반자인 검은고양이지만,
사람으로 변해버린 이녀석을 빗자루에 태우기엔 내 비행솜씨는 형편없었다.
그러다보니 어쩔수없이 미루를 학교에도, 심부름을 나갈때 조차 데리고 다닐 수 없게되었다.
미루는 집에서 그저 내가 돌아올때까지 빼꼼히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 기다리곤 할 뿐이었다.

이녀석은 순해서 조르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조용히 고개만 끄덕끄덕. 한번도 화내지않았다.
모습이 이상해져서 같은 고양이들과도 놀수 없게되었기때문에
언제나 혼자였지만 나를 탓하지않았다.

가끔 그 모습이 안쓰러워 그녀석이 좋아하는 무지개사탕을 사들고 들어오면
사탕을 든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활짝 웃어주곤 했다.

좋아하는 사탕이라고 생각했지만,
사탕은 이상하게도 시간이지나도 줄지않았다.
지금에와서야 생각하건데,
그녀석은 아마도 무지개사탕이 좋아서 웃어주던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글썽하고 눈물이 맺혔다.

걱정하게하다니.
화낼거야.
돌아오기만 해봐.
이 바보.


시간이 흐르고 밤이 더욱 깊어졌을땐 너무나 슬퍼졌다.
외로워.
이녀석 언제나 이랬던걸까.
그다지 깨끗하지도 않은 집이었지만 오늘따라 정말로 텅비게 느껴졌다.
정말 조용한녀석이었는데도
그녀석이 옆에 앉아있어주었다는 것이 나에겐 얼마나 큰 위안이었는지를 깨달아버렸다.

갑자기 눈물이 방울방울 볼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내가 왜그랬을까.
그녀석은 나에게 그말을 한마디 해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떨어지지않는 입으로 얼마나 용기내서 부탁했을까.

난 그것도 생각못하고 너무 가볍게 그녀석의 부탁을 거절해버렸던거다.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 손등에 차갑게 떨어졌고,
내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다는걸 알고는
나도모르게 소리내서 울기시작했다.

미안해.그동안 외롭게해서 미안해.
오늘아침 일도 사과할게.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돌아와.



눈이 붓도록 울고나니 어느새 어슴푸레하게 새벽이 밝아오고있었다.
동이 터오는 것을 바라보며,
운다고 해결될일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일어서서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제 아침에 구워두었던 사과 두개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이부근 숲의 지도도 잊지않았다.
만약을 대비해 간단한 주문이 적힌 참고서도 두권 집어넣었다.

곧장 학교에가서 일주일만 쉰다고 말씀드리고 미루를 찾으러 가야지.
빗자루를 타고 창문에 발을 딛었다.

잠깐.
나는 다시 뒤돌아서 거실로 갔다.
그리곤 무지개사탕병을 들어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녀석, 길을잃고 헤메고 있었다면 정말로 배가 고플거야.
꼭 만나서 사과해야겠다.
그리고 꼭 빗자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올거야.




그리고 돌아와서 꼭 함께 구운사과를 먹어야지.

2005/06/06 19:15 Trackback 0 Comment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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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엘 2005/06/06 20:39 A R D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사리동 2005/06/06 21:25 A R D
미루를 찾았으면 좋겠어요..ㅜ_ㅠ
실제는 아니지만..그래도...ㅜㅜ
마녀가 반성하니깐...
돌아오면...잘해줄테니깐..ㅜㅜ
라스잔 2005/06/06 21:58 A R D
왠지 도바님의 그림이 떠오르네요.
글의 분위기와 도바님이 그리는 그림의 분위기와 딱 맞는것 같아요.

다음번에도 좋은 글을 기대하며.
스니카 2005/06/06 22:03 A R D
내용에서 따뜻한 느낌이 납니다.
이러니까 울 수도 있다니까요(...)
시린 2005/06/06 22:15 A R D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참 따뜻하고 예쁘네요.;ㅅ;..
MilkB 2005/06/07 01:03 A R D
정말..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
복단 2005/06/07 03:35 A R D
읽으면 기분이 좋아요//ㅅ//
Camel 2005/06/07 08:05 A R D
//ㅁ//
세란디 2005/06/07 14:23 A R D
사람들은 가끔 자신의 주위에 정말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걸 모른채 살아가죠,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라 언제나 곁에 있었는데도 말이죠.. 너무 함께인 것에 익숙해져서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도 모른채..
마치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려서 마구 찾아헤멘뒤 돌아왔다가 가까운 곳에 잡다한 것들에 가려져 있던걸 발견하고 '아.. 이거 여기 있었구나..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난 왜 몰랐지?' 하는 느낌이랄까요..
글 잘 읽었습니다 ^^
나갈비군 2005/06/07 16:12 A R D
어흑......나 눈물나올꺼같아.....;
홍야 2005/06/12 21:37 A R D
=ㅂ=헤헤
마음이 따듯해지는 이야기...(귀여운 미루 원츄~)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가 샘솟으시는걸까나...
감동스러버라.
Hikarii 2005/07/09 20:03 A R D
손에서 금방이라도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것을 꼭 쥔 느낌입니다...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해야겠죠.
이런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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